편지

2026. 7. 14.


자고 일어나면 엉망진창이 된 기분을 떨쳐낼 수 없다. 차라리 잠에서 깨지 않기를 바란다. 무엇도 이 기분을 바꿔놓을 순 없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올까? 애초에 내게 자리라는 게 있기나 한 걸까? 아직까지도 나는 우리가 왜 이렇게 된지 모르겠다. 이유를 알았더라면 이 모든 걸 바꿔놓을 수라도 있었을까? 마지막이라는 말은 너무 많이 낭비되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삶을 연명하고 있다.

눈을 떴는데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 이걸 볼 수도 없고. 어쩌면 영영 보지 못할 너에게.지금. 이곳에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어. 어쩌면 전부 잊었을지도 모를 너를 아직 사랑하고 있다고. 비 내리는 창가에서 쓴다. 얼마 전 출판사에선 최종적으로 거절 메일을 받았어. 술을 좀 줄이고 있는 중이야. 현관문을 열면 네가 있을까. 계속해서 열고 닫는 것도 이제 그만하고 있어. 우리의 사랑은 깨지기 쉬웠지. 그건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고. 나는 깨지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웠어. 세상 그 무엇보다 너를 잃고 싶지 않았거든. 그러나 나의 그런 마음은 오히려 관계를 깨뜨리는 일에 결정적인 악수가 되었지. 이런 말들이 지겹겠지만. 그래도 해야겠어.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흐리멍텅하게 보여. 어딘가 잘려나간 듯이 통각처럼. 나 역시 지쳤거든. 계속되는 삶에 지쳤어. 그래. 도돌이표 같은 삶이야. 떠나버린 너를 붙잡을 수도 없다. 내 안의 문제도 많기 때문에. 나는 오랜 시간 동안 내 안의 문제들로부터 떠나있었는데, 그건 사라진 게 아니라. 안에 있었던 것이었어. 다시 한 번 너의 손을 잡고 싶다. 내 마음은 떠나질 못해. 다른 차원에 갇혀있는 것 같아. 좋았던 순간보다 나빴던 순간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나빴던 순간보다 좋았던 순간이 생각나기도 하고. 기분이 초마다 변환되는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숨쉬기가 너무 어렵다. 숨을 쉬는 게 너무 아프게 다가온다. 어떤 것들은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아. 너와 함께 있던 시간들. 보물 같은 너와의 순간들. 죽은 심장을 꺼내어 다시 살게 만들던 순간들. 그것들을 내 손으로 묻어야 한다는 게 도저히 받아들여지지가 않아. 언젠가 나는 또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겠지. 죽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말이야. 사람은 사람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으니까. 서로의 체온 없이는 말이야. 잊기 싫다. 이제는 잊어가는 게 두려워.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어. 잊어간다는 건 마치 잃어간다는 것 같다. 지나고 보면 우린 왜 그렇게 싸웠을까? 조금만 더 양보했더라면 다른 결론에 도달했을까? 지금과는 달랐을까? 결과론적인 말이지만. 나는 너랑 같이 있고 싶다. 그리고 너랑 또 한 번 싸우고 싶어.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말이다. 그러나 이젠 그럴 수 없겠지. 우린 출발선에서 너무 멀리 와버렸으니까.

쓰는 것만이 나를 살게 했는데
더 이상 무엇도 쓰고 싶지가 않다.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