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그리움
글을 쓴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 다니며 사색에 잠긴다 거기엔 죽음만 있으라, 삶이 동시에 있다 글을 쓴다 여기엔 위안이 없다 당신의 키스 또한 시간을 죽이기 위해 쓴 글만이 티끌만한 위안이 된다 회한이 있으라 삶이 있다 응급 구조를 요청했으나, 누구도 없으리 글을 쓴다 여기엔 활자만이 있으랴 구석진 방의 구석에 거미를 키운다 거미의 이름은 거미이며 거미를 죽이지 않는 나의 이름 역시 거미이다 저 거미는 나의 무가치함과 몰상식함을 모를 것이며 우리는 달빛이 비추는 것을 바라본다 구석으로부터 네가 돌아온다면 나는 여한이 없겠지 하지만 세상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그러니까 근래에는 무언의 힘을 빌려 여한을 빌어본다 이와 같은 여한에는 무아지경이 있으므로 네가 사라진 밤 잘못을 세어보다가 아무런 잠에 들지 못하였다 입 속에서 라일락 향이 난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쓴다 글의 바깥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내려간다 나는 고요해진다 내가 사라지는 밤 사라질만한 밤 사는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나는 나의 분노를 잠재운다 나는 나의 분노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 모든 막이 내리고 시간은 뒤를 돌아보는 법이 없다 나의 성질이 급했던 탓일까? 비행사는 대답하지 않는다 비행사는 대답하지 않는다 이제 나는 망설이게 된다 이제 나는 망설이게 된다 시간은 뒤를 돌아보는 법 없이 흐르고 무덤 그러나 무덤 사이에서 그의 자리를 마련해두었다 망설일 필요가 없다 나는 예술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내가 나타나는 찰나의 순간 그는 떠올린다 현존하는 유에프오를 걷다가 뛰었다 걸었으며 뛰며 뛰다가 걸었다 걸었다 뛴다 걸으며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일제 담배 케이스 이외에는 많은 그리하여 많은 속을 헤집고 다녔다 영상 감독이 성인물을 만들면, 그 이후에는 영화를 찍지 못한다지 불문율 같은 이야기 그건 내가 보았던 살아있는 엄마를 사랑하지 못했다 살아생전 엄마를 사랑하지 못하고 살다가 어느 순간 죽은 엄마를 사랑하게 되었다 엄마가 기도하던 순간 더 이상 사랑과 존경 없이 볼 수 없으리 언젠가 나는 내 사랑 모두를 지켜낼 것이다 내 모든 말과 행동의 힘으로서 밀어낼 것이다 세상을 마주보고 앉아 하나씩 밀어낼 것이다 세상은 나를 보고 실망할 필요도 우는 소리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엄마가 죽고 세 달이 지나 친구가 죽었다 나는 친구의 납골당에 가지 못하였다 빌어먹게도 이 시를 대신한다 내가 왔다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여기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저곳에서 이곳을 향해 왔음에도 나는 더 먼 곳을 향해 보라색 티셔츠를 입고 이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당신이 잘 잤으면 하고 하늘에게 기도 올린다 이사를 했다 이사를 마쳤다 고양이는 이 집을 썩 좋아한다 나는 아직까지 이 집을 잘 모르겠다 쓰는 기쁨마저 오늘의 나는 멋진 하늘 보았다 톰 크루즈 나온 영화 바닐라 스카이의 하늘같은 그 색을 보았다 네가 그리워져 수첩에 메모를 했다 없는 너를 그리워하며 없는 너에 관해 적었으나 그것은 어디에도 없다 나는 춤을 춘다 너의 노래에 맞춰 이런 리듬은 겪어본 적 없다 정말이다 나는 번역한다 너의 리듬을 번역하고 또 번역한다 나의 말은 공중에 흩뿌려진다 너의 리듬으로 인하여 너라면 나일 수 있을 것 뺨 너의 수척 너의 기타 너의 박장대소 너의 비행 너의 힘 너의 음악 너의 컵 너의 대학 너의 고향 너의 삶 너의 사랑 너의 나이 너의 기약 너의 운동 너의 까치발 너의 손톱 너의 분개 너의 비열 너의 슬픔 너의 기쁨 너의 나 거의라는 말을 싫어하는 너의 언변 우리의 고양이를 쓰다듬는 너의 손 너의 춤 너의 척도 너의 존재 나로 하여금 웃게 만들고 싶은 너의 안녕 안녕은 무덤이다 검은 게 내게 붙어있다 어깨가 무거울 정도로 미신을 믿는가? 계속해서 믿기를 권한다 검은 개 또한 천변을 따라 걷고 있자니 벚꽃이 흩날린다 친구는 벚나무를 좋아했다 늦었지만 그의 명복을 빈다 한량이고 싶어라 통기타 잡아 뜯으며 노래만 부르고 싶어라 하모니카 불며 공원에 있고 싶어라 언덕을 내려가고 싶어라 노세노세 네가 보고 싶어서 울지 않고 싶어라 너는 나를 곡해한다 마찬가지로 나도 그랬겠지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았을까? 나는 남겨진 시간 앞에서 이렇게 말을 하지 “내가 미워?” “너를 위해 뭐든 할 수 있는데” 가족을 상상했지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이름을 지어가며 하지만 이미 돌아 누운 너의 등을 안고 있었다 희미한 빛 속에서 파랗게 멍든 나의 목 쓸어내리면 아침이 온다 너는 오지 않는다 현관 앞에서 문 밖의 소리를 듣는다 삶은 도돌이표와도 같지 너를 잊고 싶지 않다 작고 협소한 마음 이곳에 두고 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