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사랑하는 누이의 얼굴 은빛 물결에 첨벙거리네 누이는 나의 입을 빌려 카르마를 외친다 사는 문제는 정말 문제 같구나 그렇게 말하는 누이와 결혼을 약속했다 각자의 방식대로

나는 스탠드를 켜고 소리 내어 책을 읽는다 누이는 내 무릎을 베고서 곤히 잔다 누이는 아침 일찍 학교로 출근해야 한다

자격이 없는 나에게는 돈이 없다 누이가 돈이 없는 나를 미안하고 가엾게 여길까봐 종국에는 누이가 나에게 벌을 줄까봐 누이가 나를 떠날까봐 누이와 나란히 눕지 못할까봐 원을 그리지 못할까봐 겁이 난다 겁이 나서

겁이 난다

겁이 난다 나는 잘 살지 못하고 누이 역시 잘 살지도 않는데 경찰이 들이닥쳤다 수갑을 채우고 누이를 봉고차에 태운다 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말했다 곧 데리러 갈게 많은 일이 벌어지겠구나

많은 일이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아마도 종소리일 것이다 축하할 일들을 온 성원을 다해 축하하며 학교를 졸업한 누이와 술을 마셨다 누이는 겁이 난다고 말하였다

우리는 처음으로 솔직해졌고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겁이 나지 않는다 겁이 나지

않는다 모든 겁으로부터 뛰는 와중 누이를 제외한 모두가 부질없다고 생각되었다 누이와 은밀에 대해 토론했다 아주 내밀하고도 세세한 밤이었고 열두 시가 지나자

이번에는 누이가 아닌 나를 태우러 경찰이 들이닥쳤다 누이는 나의 머리 쓰다듬었고

곧 데리러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누이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했다 누이는 열심히 일한다 열심히 공부한다 학교에 간 나는 누이에게 뒤처지지 않게 일한다 일한다 공부하고 일한다 일을 하다 보니

서문이 되었다

학교에서 돌아올 우리에게

누이와 나는 무엇도 보지 못하는 눈으로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